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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기업 대표, 시카고 한달살기 _ 프롤로그

나는 시카고에 간다. 그래 맞다. 하루에 10만명이 코로나로 쓰러지고, 바이든이 승리한 미 대선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2차 미국 내전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그 나라로, 곧 출발한다. 시카고 여행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지난 9월, 여자친구가 시카고 소재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여자친구가 미국에 가 있는 기간 중에 꼭 한 번은 다녀오리라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운영하는 사업체 자체가 오프라인 접촉이 많지 않은 데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 흐름이 더 심화되었기에, 업무상 공백도 거의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 꼭 한 번쯤은,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고 싶기도 했고.

출국은 11월 25일, 입국은 1월 12일. 대략 6주정도 있다 올 예정이다. 물론 마냥 놀러 가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계약된 업무들이 있고, 또, 새로운 계약과 사업모델을 찾기 위해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한다. 가능하다면 시카고의 IT계열 벤처사업가나 종사자들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마스크 잘 쓰고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선에서 말이다.

출국 준비를 위해 제일 먼저 한 것은 ESTA 등록.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되고, 여권정보와 체류예정 주소 등 기본정보만 있으면 되었다. ESTA 수수료는 14달러, 대충 만 육천원 정도 냈던 것 같다. 등록 신청한지 4시간이 안 되어 Confirmation 메일이 왔다. 그리고 항공권을 구매했다. 항공사는 델타항공. 애틀란타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국내선으로 갈아타서 시카고로 가는 일정이다. 항공료는 소음이 적은 앞쪽 좌석을 선택하는 추가요금까지 합해서 91만원 정도. 180만원부터 시작하는 국적기는 아예 옵션에도 없었다. 직항이라는 것과(그래봐야 전체 여정은 4시간도 차이나지 않는다), 한국어 가능한 승무원이 탄다는 걸 빼놓고는 다를 것도 없는데 100만원이나 더 줘야 한다는 건, 내겐 용납할 수 없는 나쁜 거래였다. 100만원 덜 쓰면, 델타를 타고 나중에 시카고를 한 번 더 다녀올 수 있는데 말이다. 논스톱 비행보다, 잠시 땅을 밟는 쪽이 피로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어차피 영어가 편하니 출국부터 미국향기 나는 비행편을 타보는 authenticity를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두번째는 시카고에서의 리모트 워크를 위한 장비 세팅이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모바일 스토리지. 한국에 있을 때는 18TB짜리 데이터 서버가 항상 곁에 있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문제다. 영상 업무가 많은 탓에 대략 8테라정도의 업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시카고 업무에서 실제로 필요한 부분은 약 4테라 정도. 영상소스 3테라바이트와, 사진+디자인파일 1테라바이트 정도다. 그래서 영상 저장용 4TB 외장하드를 하나 샀고, 사진과 디자인파일 저장용으로 2TB짜리 SSD를 구매했다. 영상은 신규 데이터를 넣을 일이 없고, 열어서 편집만 하면 되기에 하드디스크를 선택했다. 수백 기가씩 되는 소스를 복사해 넣을 때는 쓰기 속도가 중요하다. 다만, 영상을 편집할 때는 다수의 4K 파일을 얹더라도, 읽기 속도가 30~50MB/s를 넘어가지 않기에 하드디스크로도 충분하다. 사진은 새로 저장할 일이 많고, 내가 사용하는 편집툴 라이트룸의 특성 상 저장장치의 레이턴시가 중요해서 SSD를 선택했다. 라이트룸은 ‘카탈로그’라는 이름으로 사진 각각의 보정데이터를 매우 작은 파일로 저장하는데, 카달로그 파일을 하드에 올렸다간 속 터져 죽을 수도 있다. SSD는 MLC SM863. 삼성의 기업용 제품을 샀고 중고로 15만원을 줬다. 하드디스크는 WD PASSPORT 4TB. 신제품으로 16만원을 주고 가져왔다. 스토리지에 들어간 비용은 총 31만원. 시카고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패드의 사용성을 올리기 위해 아이패드 스마트 키보드도 구매했다. +45만원.

노트북은 든든한 XPS15 9560이 있어서 문제없다. I7-7700hq, GTX1050, NVME 512G, 16기가램. 한 2년쯤 전에 150만원을 주고 사온 노트북인데, 여전히 현역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다. CPU가 6코어가 아닌 것과, 그래픽카드가 조금 아쉽기야 하지만, 4k 소스 서너개 얹어서 편집하는 건 거뜬하게 버텨주는 데다 무게도 적당해서, 당분간 바꿀 계획은 없다.

이외에도 이래저래 많은 준비과정이 있었지만, 테크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건 업무용 장비를 챙기는 일이었다. 마스크도 물량이 많아 문제 없었고, 여행가방이나 겨울옷 새로 사는 정도가 이외에 할 일이었다. 일단 풀세팅으로 준비가 끝났으니, 기대되는 마음으로 출국날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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