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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에게 듣는 마케팅 이야기

UAC에 수억원 태워 본 마케터의 UAC 모두까기

나는 스타트업 마케터로 있는 동안, UAC에 수억원의 광고비를 직접 집행했었다. 시리즈의 이전 글에서는 UAC의 단점들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았는데, 이번엔 마케터들이 현업에서 체감하는 단점들을 몇 가지 이야기할까 한다. 퇴사했으니, 시원하게 풀 수 있는 이야기들도 조금씩 섞여 있다. 다시 한 번 지적하지만, UAC 마케팅, UAC를 활용한 광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래의 상황들은 UAC를 다루는 마케터들이라면 무조건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일이다. 아직 겪지 못했다면, 곧 들이닥칠 일이니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이다.


1. UAC는 돈 먹는 하마다. 

UAC는 정말, 돈을 넣는대로 먹어버린다. 하루에 수백만원대 광고비를 예산으로 잡아놓아도, 주저하지 않고 냠냠 삼켜버린다. 아니, 마셔버린다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있다. 평상시엔 광고비 잘 집어먹고 어느정도 효율을 내어 주다가, 연휴나 주말 그리고 연말이 되면, 수백억원대 스케일로 광고를 때려버리는 대기업들의 광고비를 먼저 후루룩하느라, 하루 십만원에서 백만원대 정도의 소규모 예산을 집행한 광고주들은 광고의 씨가 말라버린다.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광고를 집행하던 어느 설 연휴에는, 평상시보다 1/3도 돈을 못 쓴 일도 겪었다. (연휴 쉬고 돌아오자마자 이슈 터져서 멘붕, 원인 찾느라 2차 멘붕..) 

 

2. UAC는 폭주하는 자율주행 버스다.

그나마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험버전에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있지만, UAC는 핸들도, 브레이크도, 가속 페달도 없는 자율주행 컨셉트카에 가깝다. 광고비는 무서운 속도로 꿀꺽꿀꺽 마셔버리고, 자기 맘에 안 들면 개복치마냥 죽어버리고, 어떨 땐 광고 승인도 제멋대로 안 내주거나, 승인 나서 멀쩡히 몇달간 잘 돌던 소재에 광고 기준위반 딱지를 붙여버린다. 예산을 갑자기 안 써도 컨트롤도 못 하고, 광고예산 일 80만원대를 유지하다 효율이 좋아서 일일 예산을 100만원으로 조금 늘리면 어버버하다가 멍청하게 죽어버리는 일도 있다. 운전을 하다 미끄러져서 벽에 꼴아박을 것 같을 땐, 핸들이라도 힘껏 돌려볼 텐데, UAC는 핸들도, 브레이크도, 네비게이션도 없다. UAC가 한 번 덤벙대기 시작하면, 눈앞에 암벽이 뻔히 보이는데 그대로 가져다 들이받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

 

3. UAC를 운용하는 마케터는, 곧 무당이 된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변수와 조건의 통제다. 연령대를 한 살씩 잘라서 여러 개의 캠페인을 돌려버리거나, 노출 시간대를 분단위로 바꾸거나, 문구에 온점을 찍고 안 찍고 하는 디테일까지 말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UAC는 그냥 블랙박스 속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을 따라 광고를 노출시킨다. 회사가 예산이 넉넉해서 UAC와 페이스북을 겸해서 사용한다면 괜찮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구글의 UAC만 활용하게 된다면 마케터인 당신은 높은 확률로 모니터에 계신 구글신에게 정화수 떠다 기도드리게 될 거다. 숫자와 수학과 통계와 인문학을 바탕으로 광고 컨트롤의 미묘한 디테일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비나이다 비나이다가 되어버린다. 마케터로 재직 중엔 2번의 이유로 UAC에는 광고소재 추가도 제대로 못 하고, 예산 변경도 못 하고, 광고소재 내리는 것은 또 더더욱 어려웠다. 기발한 소재를 여러 개 가져온다 해도, 구글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으니까. (뭔 인풋만 주면 지맘대로 죽어버리고, 매출 안 나오고, 매출 안 나오면 스트레스 받고….)

 

UAC를 메인으로 쓰는 이상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퇴사의 큰 이유가 되기도 했으니, 현재 스타트업의 퍼포먼스 마케터로 재직중인 여러분들은 컨트롤 가능한 광고채널을 가능한 큰 비중으로 운용하도록 회사에 건의하고 압력을 넣을 필요가 있다. UAC는 구글의 스크린 점유율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채널이지만, 또 그렇다고 하나만 쓰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채널이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UAC를 개복치 달래듯 잘 달래서, 키우는 현실적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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