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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못 하는 것 – PMF의 환상

PMF; Product Market Fit. 이는 제품을 구매할 잠재 고객의 니즈에, 제품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가를 보여주는 척도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던 시절, 내 임무 중 하나는 소재를 통한 PMF 최적화였다. 다시 말하면, 만들어진 제품을 바꾸기는 힘드니, 제품이 잘 팔릴 시장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야 했다는 것이다. 내가 재직하던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영어교육 앱은, 게임화를 접목한 학습 방식에서 오는 학습 지속성과 학습자들끼리 문제를 서로 주고받거나 클랜을 만들어 소통하는 소셜 기능을 앞세운 제품이었다. 게임화와 소셜은 서로 순환하는 관계였는데, 게임화로 흥미를 이끌고, 소셜로 안착시키는 형태였다.

회사는 내가 입사하기 전까지 게임화를 통한 학습을 메인 토킹 포인트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오히려 핵심은 유저들 간의 커넥션,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소셜의 가치에 끌리는 잠재 고객들이라면, 사람의 입을 통한 설득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설에 따라, 사용자 인터뷰 영상을 기획했다. 다양한 배경과 연령을 가진 6팀의 인터뷰를 촬영했고, 6편의 소재가 나가자마자 그 중 2편이 대박을 쳤다. 입사 첫 프로젝트로 매출이 430% 상승했다. PMF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같은 소재를 가지고,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해당 광고 소재로 설득된, 제품과 핏이 맞는 잠재고객이 고갈된 것이었다.

제품의 장점은 확실했지만, 제품의 여러 면모가 대중성보다는 니치마켓에 적합한 부분들이었다. 제품의 기획은 “게임화로 낚아서, 소셜로 담는다” 였는데, 이 두 단계의 시퀀스가 작동하지 않는 고객층을 설득하는 것은 어려웠다. 가령, 소통에 가치를 두지 않거나, 이미 다른 매체로 소통을 충분히 하기 때문에 혼자 공부하기 원하거나, 요즘 것들이 쓰는 쿨한 제품을 원하거나, 토익 점수를 올리고 싶은 20대에게 매력이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마케터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소재로 포장해서 일단 다운받게 만들 수는 있지만,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유저를 유입시키는 건 그저 돈 낭비에 지나지 않으니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아마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찾는 식 말이다. 스타트업 안에 있을 때는, 좁은 시각으로 일단 내게 주어진 업무에 몰두해야 했기 때문에 잘 몰랐다. 그러나,  퇴사 후 마케팅 컨설팅 업무를 하며 느끼는 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 모르겠다는 섬뜩함이다. 마케터를 잘 쓰면, 좋은 PMF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마케터가 찾은 그 PMF에 얼마나 많은 잠재고객이 있을지, 지불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구매 의사가 얼마나 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품이 섹터와 스타일을 잘 잡았다면, 좋은 PMF를 꾸준히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엔 PMF가 맞는 잠재 고객이 순식간에 소모되고, 다시 그 성과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석유가 튀어나오기를 기대하며 땅에 구멍을 뚫는 것은 마케터의 역량이지만, 석유가 나올만 한 지역을 잘 찾아서 울타리를 쳐 주는 건 제품과 기획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마케터를 고용해도 석유가 없는 땅에 데려다놓는다면, 당연히 지하수만 퍼내게 될 뿐이다. 마케터와 광고 소재가, 제품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하니까.

가끔은, 스타트업들이 마케터와 그로스 해킹을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법 지팡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될 때가 있다. 스타트업들은, 마케터가 새로운 PMF를 계속 찾아준다는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PMF에 대한 분석과 인문학에 대한 깊은 통찰, 제품의 유연성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녹여놓지 않으면, 마케팅으로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제품이지만, 매몰비용이 너무 커져서 손 떼기도 어려운 쪽박을 차기 쉽다. PMF는 마케터 혼자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 기획이 만들어 둔 발판에서 마케터가 구멍을 뚫어보는 것이어야 한다.

PMF의 핵심. 당신의 제품은 쓰기 편하고, 설명하기도 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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