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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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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자가 될 수 있었던 건, 떠나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야. 참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말처럼 쉬운 얘기도 아니란 거, 나도 알아. 그치만 어떻게 여행작가가 되었냐는 질문엔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아. 난 하고싶을 때, 하고싶은 걸 했거든. 제멋대로인 것 같아 보여도 그게 방법인걸.  

검정고시를 2주쯤 앞둔 어느 날 아침, 문득 봄의 제주가 참 예쁘다는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더라. 그래서 그날 오후 비행기를 타고,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채로 제주로 날아갔어. 때마침 내 통장엔 30만원정도의 돈이 있었고, 그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겠다 싶었거든. 꿈에 그리던 제주도에 가는 게 이렇게도 쉬운 일이었다니, 설레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지.

물론 엄마는 시험 끝나고 가도 되지 않냐며 말렸어. 근데 시험은 8월에 또 있지만, 4월의 제주를 놓치면 그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했는걸? 시험은 보기만 하면 된다며 자신감이 넘치기도 했구.

그렇게 4박 5일간 제주에서 신나게 놀다가 돌아왔고, 5월엔 대기업 봉사팀의 포토그래퍼로 한달간 캄보디아에 다녀왔어. 그리고, 스무살이 되자마자 그때 묵었던 제주의 호스텔에서 스탭 생활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몇달 후에 엽서여행을 시작하게 됐지.

만약 내가 그때 제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해. 내 결정이 후회스럽지도 않고 말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만족감은 지금보다 훨씬 덜했겠지.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되고, 조금은 고집부려도 되니까,
하고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D

나처럼, 너도.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매일 보내는 엽서 한 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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