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아이패드 프로 전용으로 나온 키보드 악세서리이다. 아이패드 프로의 후면 접촉핀을 통해 유선으로 연결되고, 샤시를 보호하는 케이스 역할을 겸하면서, 두 가지 각도로 조정 가능한 거치대 기능도 겸한다. 키보드 폴리오는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컴퓨터엔 모름지기 키보드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가격은 24만 9천원. 고작 버튼 몇 개 달린 케이스 주제에 실로 놀라운 가격이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악세서리일까? 아니면 애플의 몇몇 제품들이 그렇듯 예쁜 쓰레기일까. 난 후자라고 본다. 아이패드 프로용 키보드 폴리오는, 그저 비싼 케이스(아니 어쩌면 그냥 쓰레기일수도 있겠다) 그 이상도 이하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키보드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

주변 애플샵이나 리셀러 매장에 찾아가 직접 만져본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 키보드를 사용하면 무..건 오타가 난다. 이것은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제품 디테일의 문제다위의 사진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용 키보드 폴리오와 애플 매직키보드 2를 같은 크기로 합성한 것이다. 다홍색 테두리로 애플 매직키보드 2의 전체 크기와 키 위치를 하이라이트했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키 위치는 주황색으로 표시해 두었다. 두 키보드의 자판은 P자판을 기준으로 정렬했다.

전체적인 크기를 보면 매직 키보드 2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폭이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개별 키의 크기와 상하 간격도 매우 비슷한 편이다. 사실, 이러한 타블렛용 키보드가 가진 대부분의 문제점은 작은 물리적 크기에서 오는데, 12.9인치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이러한 제약을 받지 않는 충분히 큰 사이즈다. 오타가 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는 제품 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P 자판을 서로 겹쳐둔 상태에서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반대쪽 끝에 있는 Q, A, Z키의 위치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Qwerty키보드 문자키 폭은 매직 키보드의 그것보다 폭이 6mm정도 좁다. 차이는 여기에 있다. 전체 폭은 같지만, 가장 자주 사용하는 키들의 위치가 다르다. 키보드에 있어 6mm의 차이는 매우 크다. 수치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누구든지 손을 올려보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신체부위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을 가진 부위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키보드의 크기는 일반적인 노트북 키보드와 거의 같으면서도, 키 간격을 애매하게 좁게 뽑아둔 탓에 어떤 문장을 써내려가든 손가락은 다른 곳을 누르게 된다. 손가락이 기억하는 A키의 자리에 S키가 있거나, 공백이 있는 셈이다. 비교적 자주 사용하지 않는 탭키나, 조금 짧아도 큰 문제가 없는 쉬프트키 등 양쪽의 특수키 너비를 조금만 줄였어도, 타이핑을 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문자열 자판의 사용성이, 잘 설계된 노트북 키보드 수준으로 좋았을 것이다.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용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경우는 일반적인 키보드보다 확연히 작은 사이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키보드를 다루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탓에 오히려 이질감이 적었다. 그러나, 12.9인치 제품의 경우에는 분명 풀사이즈 텐키리스 키보드에 맞먹는 크기로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키보드를 쓰던 감각대로 손가락을 얹게 된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는 묘한 불쾌함은 제품을 사용하는 감각을 해치기에 충분했다.

애플은 스마트 폴리오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기존의 키보드와 다를 거면 아예 다르든지, 비슷할 거면 끝까지 똑같게 만들었어야 했다. 이것은 충분한 크기의 폼팩터를 가지고도, 6mm의 차이를 제대로 튜닝하지 못한, 명백한 디자인 오류다. 

 

 

2. 액수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

삼만원짜리 커피 한 잔은 비싸지만, 삼천만 원짜리 자동차는 비싸다고 부르지 않는다. 스마트 폴리오의 두번째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가치에 있다. 22만원, 25만원만큼의 돈값을 하는가. 키보드 폴리오의 키보드로서의 기능성은 “타이핑이 가능하다” 수준이고, 케이스로서의 기능성 또한 “화면을 덮어 준다”정도다. 동글동글하고 키감과 키 위치까지 조악한 키보드를 좋아하는, 매니악한 취향이 있는 분들이라면, 차라리 로지텍의 K380과 정품 폴리오 케이스(키보드 없는 그냥 케이스)를 사시길 추천드린다. 아 다이소에서 파는 5천원짜리 타블렛 거치대도 말이다. 이렇게 하면 10만원을 아낄 수 있고, 케이스 또한 써드파티로 고른다면, 훨씬 나은 품질의 케이스를 정품의 반값에 구할 수 있다.

아니, 혹시 애플의 매출이 걱정되어 사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는데, 그런 분들은 그냥 애플 주식을 사시길 권해 드린다. 감가상각 없이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고 배당금도 나온다.

3. 팀킬 제품의 존재

그 주인공은 바로 애플 매직키보드. 이 글을 쓰고있는 환경도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3새대 + 굴러다니던 타블렛 거치대 + 매직키보드2 조합이다. 매직 키보드는 맥북 프로(3세대 버터플라이 키보드 이전 모델들)의 키보드를 본따서 만든 제품이다. 다만 노트북처럼 두께 제약에서 벗어난 만큼 키가 맥북보다 조금 더 깊게 눌리도록 설계되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맥북의 키보드처럼 환상적인 키감을 자랑하며, 10mm가 채 되지 않는 매우 얇은 두께에다, 유 무선 전환도 가능하다. 특히 유 무선 전환기능은 10만원대 이상의 고급 무선키보드에만 들어있는 기능이다

블루투스로 아이패드와 페어링해둔 상태에서 PC MAC에 라이트닝 케이블을 꽂는 순간 데스크톱 유선 키보드로 전환된다. 다중 기기 지원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무선으로 사용할 기기가 아이패드밖에 없어서 불편함은 없다. 스마트 폴리오에서 아예 삭제된 밝기, 볼륨, 일시정지 등의 기능키가 포함된 것은 덤. iPadOS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게다가 애플의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패드 프로의 폭과 스마트 키보드의 폭이 거의 똑같은데, 거치대에 세워두고 작업을 하다 보면 노트북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배터리 잔량도 위젯으로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 폴리오보다 200그램이나 가볍다. (물론 매직 키보드에 제품보호 기능은 없지만) 한영전환이나 데스크탑을 사용하는 감각 그대로 아이패드에서 타이핑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아 참, 가격 이야기를 안 했는데, 애플 정가 기준으로 11 9천원. 매직키보드를 사고 커피 두 잔 사먹으면 딱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반값이다. 어쩌면 애플은, 키보드 폴리오보다 매직 키보드를 아이패드에 붙여주는 어댑터를 만들었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키보드로서의 나쁜 사용성, 제 가치를 못하는 비싼 가격, 게다가 반값도 안 하는 팀킬 제품의 존재까지. 아이패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다.

그래도 사야겠다면, 말리지는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