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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 키보드 폴리오를 절대 사지 말아야 할 이유 3가지

1. 키보드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

주변 애플샵이나 리셀러 매장에 찾아가 직접 만져본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 키보드 폴리오를 사용하면 무.조.건 오타가 난다. 이것은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디테일의 문제다. 12.9인치 모델용 키보드의 경우, 키의 크기는 일반적인 노트북 키보드와 거의 같다. 다만, 충분히 넓은 폭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키 간격을 애매하게 좁게 뽑아둔 탓에 어떤 문장을 써내려가든 손가락은 다른 곳을 누르게 된다. 

위의 사진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키보드 폴리오와 애플 매직키보드 2를 같은 크기로 합성한 것이다. 다홍색 테두리로 애플 매직키보드 2의 전체 크기와 키 위치를 하이라이트했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키 위치는 주황색으로 표시해 두었다. 두 키보드의 자판은 P자판을 기준으로 정렬했다. 전체적인 크기를 보면 매직 키보드 2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폭이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직 키보드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가장 큰 차이점은 Q, A, Z 키의 위치. 비교적 자주 사용하지 않는 탭키나, 조금 짧아도 큰 문제가 없는 쉬프트키 등 양쪽의 특수키 너비를 조금만 줄였어도, 타이핑을 할 때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문자열 자판의 사용성이 잘 설계된 노트북키보드 수준으로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왜인지 그렇게 디자인하지 않았다. 쿼티 키보드의 너비가 대략 6mm정도 좁다. 

키보드에 있어 6mm의 차이는 매우 크다. 수치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키보드 폴리오의 자판에 손을 올려보면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신체부위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을 가진 부위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바로 옆에 있는 스마트키보드는 손을 올리자마자, 원하는 키가 있어야 할 곳에 있어서, 쫀득하게 들어가는 맛이 있다. 이것은 조정이 충분히 가능한 넓이를 가지도고, 6mm의 차이를 제대로 튜닝하지 못한, 명백한 디자인 오류다. 

10.5인치는 좁은 폭 탓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백번 양보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아예 작은 사이즈이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키보드를 다루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탓에 오히려 이질감이 적었다. 그러나,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용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는 분명 풀사이즈 키보드에 맞먹는 크기로 보여지는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는데, 있어야 할 곳에 그 키가 없을 때의 묘한 불쾌함은 제품을 사용하는 감각을 해치기에 충분했다.

다를 거면 아예 다르든지, 비슷할 거면 끝까지 똑같게 만들었어야 했다.

 

2. 액수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

삼만원짜리 커피한잔은 비싸지만, 삼천만원짜리 자동차는 비싸다고 부르지 않는다. 이건, 액수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25만원만큼의 돈값을 하는가 말이다. 키보드로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오타 메이커를, 키보드 계의 포르쉐로 불리는 해피해킹 키보드 가격을 주고 사야 하는가? 그래픽 감속기로 불렸던 인텔의 구형 내장그래픽과 같이, 아이패드 프로 키보드 폴리오는 생산성(저하)을 위한 제품이 분명하다.

동글동글하고 키 위치 또한 조악한 키보드에 취향이 있는 분들이라면, 로지텍의 K480제품을 10개 사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아이패드 프로 키보드 폴리오만큼이나 오타가 잘 나면서, 가격은 1/10 수준이다.
현금의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도, 가능한 사지 마시길.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애플의 수익성을 걱정하는 팬이라면, 차라리 애플 주식을 사시라. 배당도 나오고,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 

 

3. 팀킬 제품의 존재

매직 키보드는 맥북 프로(3세대 버터플라이 키보드 이전 모델들)의 키보드를 본따서 만든 제품이다. 다만 노트북처럼 두께 제약에서 벗어난 만큼 키가 맥북보다 조금 더 깊게 눌리도록 설계되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맥북의 키보드처럼 환상적인 키감을 자랑하며, 10mm가 채 되지 않는 매우 얇은 두께에다, 유 무선 전환도 가능하다. 특히 유 무선 전환기능은 10만원대 이상의 고급 무선키보드에만 들어있는 기능이다. 

블루투스로 아이패드와 페어링해둔 상태에서 PC나 MAC에 라이트닝 케이블을 꽂는 순간 데스크톱 유선 키보드로 전환된다. 다중 기기 지원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무선으로 사용할 기기가 아이패드밖에 없어서 불편함은 없다. 스마트 폴리오에서 아예 삭제된 밝기, 볼륨, 일시정지 등의 기능키가 포함된 것은 덤. iPadOS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게다가 애플의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패드 프로의 폭과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폭이 거의 똑같은데, 거치대에 세워두고 작업을 하다 보면 노트북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배터리 잔량도 위젯으로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보다 200그램이나 가볍다. (물론 매직 키보드에 제품보호 기능은 없지만) 한영전환이나 데스크탑을 사용하는 감각 그대로 아이패드에서 타이핑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아 참, 가격 이야기를 안 했는데, 애플 정가 기준으로 11만 9천원. 매직키보드를 사고 커피 두 잔 사먹으면 딱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의 반값이다. 어쩌면 애플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보다 아이맥용 매직 키보드를 아이패드에 붙여주는 어댑터를 만들었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키보드로서의 나쁜 사용성, 제 가치를 못하는 비싼 가격, 게다가 반값도 안 하는 팀킬 제품의 존재까지. 아이패드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다. 그래도 사야겠다면, 말리지는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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