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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의 행보, 그 논란의 중심에서

 어도비의 CC와 함께, 일상적인 작업을 위해 언제나 사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에버노트다. 엽서여행 여행기부터 간단한 메모와 웹페이지 스크랩까지. 두 대의 맥과 각각에 세팅된 윈도우 환경, 아이폰과 갤럭시까지. 꽤나 많은 기기들을 필요에 따라 바꿔 사용하는 나로서는 이 만한 서비스가 없다. 최근 경영에 위기가 왔다는 루머도 간간히 돌기는 했지만, 아직 다중 기기 동기화, 간편성, 확장성을 따라오는 다른 툴이 없어서 세계적으로 에버노트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요즘 MS가 윈도우 8, 10에 원드라이브 기능을 추가하면서 새로 런칭한 원노트도 꽤나 좋은 평을 받고는 있으나, 잠시 사용해 본 결과 에버노트를 버리고 넘어갈 만큼 좋지도 않으며, 일단 에버노트에 저장해 두었던 방대한 양의 자료를 옮기는 것 자체가 굉장한 노동이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에버노트를 텍스트 작성용 툴로 사용하고 있다. 

에버노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료 사용자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에 있기도 하다. 무료 사용자라도 연결할 수 있는 기기 수의 제한이 없으며(지금은 아니다. 다음 단락에 설명하겠다) 경우 노트 하나 당 제한용량은 25MB이고 월 동기화 가능 용량은 60MB이다. (플러스와 프리미엄의 노트, 업로드 용량은 각각 [50MB, 1GB], [200MB, 10GB])게다가 노트의 총 개수는 유/무료 사용자에 상관없이 10만 개다. 10만 개! 하루에 노트를 100개씩 꾸준히 1000일 동안 채워야 다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물론 25MB라는 개별 노트 용량은 사진 등의 첨부파일을 같이 이용하는 경우나 크롬의 확장 기능 중 하나인 웹 클리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텍스트만 담는다면 무료 사용자도 노트 하나에 영문 기준 2621만 4400글자를, 두 대의 기기간에 한 달에 6291만 4560글자를 동기화할 수 있다. 텍스트 위주로 이용한다면 무료 이용자일지라도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25MB는 가로 1200px의 사진 20~25장과 텍스트를 담을 수 있는 크기이니, 기기 하나만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큰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이런 에버노트가 꽤나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무료 플랜에서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2대로 제한하고 유료 플랜의 가격을 30~40% 정도 인상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대의 맥북과 각각의 맥에 세팅된 윈도우 10 [링크- 부트캠프 관련] 그리고  아이폰&갤럭시 S4를 오가며 그날따라 글이 잘 써지는 기기를 골라 사용하는 나로서는 꽤나 부담스러운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기기를 바꿀 때마다 새로 로그인을 하는 방법도 있고, 기기 수 제한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버노트 웹 버전도 있다. 하지만, 나의 모든 업무를 지탱하는 서비스(글짓기는 당연하고, 사진 작업 때는 파일명과 느낌 메모, 영상 작업 시에는 소스 스크립팅과 콘티 작성 등등등…..)에 귀찮은 진입장벽 하나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데다가 그동안 무료로 잘 쓰게 해 준 에버노트 팀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기도 하고,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자니 쓸만한 게 없는데다 여기다 쌓아둔 자료를 죄다 옮기자니 그럴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질렀다. 그래 봐야 월 3천3백 원이다. 인앱 결제로 5초 만에 업그레이드 완료. 여담으로, 지금은 제주시에 살고 있는데 시내버스는 천 얼마쯤, 서귀포 한 번 내려가는 시외버스 요금은 3천300원이다. 한 달에 버스 한두 번 더 타는 셈. 월 6천 원가량의 프리미엄을 쓸까 하다가 일단은 플러스를 쓰다 불편함을 느낄 때 업그레이드하는 쪽이 현명하겠다 싶어 이쪽을 택했다. 사실 체감상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은 별로 없다. 가장 큰 차이점은 6대나 되는 내 기기들 간에 노트를 동기화할 때 용량 걱정을 전혀 안 해도 된다는 점 정도? 물론 이게 플러스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다. 오프라인일 때 노트에 액세스 할 수 있다는 점과 노트를 이메일로 바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점인데 보통은 인터넷 짱짱한 곳에서만 작업을 하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에버노트의 이런 행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무료로 잘 쓰게 풀어뒀다가 다른 걸로 옮기기 힘들 만큼 충성스러운 고객들로 만든 다음에 결제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고, 스타트업인 주제에 오만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그런 의견들은 계속된 호의를 권리라고 착각한 사람들의 어리광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무료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발표가 아닐 수 없지만, 여전히 두 대의 기기간에 (텍스트 위주로 이용 시) 사실상 제한이 없는 용량을 제공하며, 월 3천 원대에 1GB나 되는 업로드 용량을 제공하는 저렴하고 실속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에버노트는 기업이다. 기업의 본질은 무료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이윤 창출이다. 에버노트의 이번 결정은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도 아까워하는 사람들보다, 정말로 에버노트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무료 이용자들에게 좀 많이 후하지 않았냐는 생각도 든다. 기기를 6대나 사용하는 헤비유저인 나도 무료로 별다른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지난 6월 초에 새로 발표된 새로운 UI와 서비스 정책 변화가 에버노트와 그 사용자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흥해라 에버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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