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 더블세트

 난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은 편이다. 직업의 특성상 전자제품을 많이 쓰는데, 이따금씩 여러 이유로 새로운 장비를 들이게 되어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구형 장비를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조역할로 쓰곤 한다. 캄보디아를 함께 한 캐논의 1D Mark2N이 그렇고, 오늘 글의 주인공인 맥북프로 15인치 2010 Mid도 그렇다. 내 맥북과 카메라. 어쩌면 나의 거의 모든 활동을 함께 한 장비들이 아닐까 한다.

 

이게 벌써 2년 전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D

열아홉 살에,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기업의 해외봉사팀 포토그래퍼로 캄보디아에 한 달간 머물렀던 적이 있다. 잠잘 때 빼고 거의 모든 시간엔 카메라를 어깨에 들쳐 메거나 손에 잡고 있었다. 스무 살에, 현금 20만 원 만을 가지고 떠났던 108일간의 엽서 팔이 무전여행에서는 그에 더해서 맥북과 카메라를 항상 손에서 놓지 않으며 기록하고 이야기를 정리하고, 사람들과 나눴다. 내가 본 것을 내 카메라도, 내 맥북도 다 봤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그 두 녀석들이 사진과 글, 그리고 엽서의 판매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가능케 해 줬다. 사람은 아니지만 가장 편하고 가장 믿음직한 친구 같달까.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게 해 줬다. 다행히 단 한 번도 고장 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고 아무리 빡센 작업을 시켜도 열은 받을지언정 나에게 성질을 내진 않았다.
 

오래되면 고쳐 쓰고, 다시 쓰고, 죽을 때까지 쓸거다. 그게 애착있는 기계에 대한 의리 아닐까.

애착이란 건 그래서 생기는 것 같다. 단지 그 기기 자체의 성능이나 기능 때문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한 이야기들과 추억들 때문에. 이제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진 017, 018 같은 번호를 아직도 쓰는 사람들도 있고, 젊었을 적 쓰던 필름 카메라를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정비하고 수리해서 쓰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이제는 각각의 2세대 기기들을 새로 들이긴 했지만 이전에 쓰던 것을 팔거나 버릴 생각조차 안 하게 된다. 물론 화소수도 적고, 배터리도 금방 닳아 없어지고, 맥은 무거운 작업에 버벅거리기는 하지만, 만들어진 본디 목적 때문이 아니라 함께한 정 때문에 항상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관리하고 가끔은 추억을 떠올리며 오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오래된 컴퓨터로 글을 쓰곤 한다.새로움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그 둘 사이에서 참 행복한 고민을 하곤 한다.

수고했어 맥북 Gen1. 이젠 가벼운 작업만 하면서 잠시 쉬도록:D